해님을 사랑한 요정
link  관리자   2021-11-19

아름다운 숲 사이로 햇빛이 비쳤습니다. 숲 가까이 맑은 물이 담긴 호수가 햇빛을 받아 깨어났습니다. 햇빛은 호수 수면을 담방담방 뛰듯이 번져 나갔습니다.

"아이 눈부셔"

금발의 긴 머리카락 요정은 손으로 눈을 살풋 가렸습니다.

"이렇게 눈부신 빛을 보내주는 이는 누굴까? "

호수에 살고 있는 금발이 아름다운 요정 클리티에는 가린 손가락 사이로 눈부신 빛이 내려오는 쪽을 우러렀습니다.

"아직은 몰랐니? 태양의 신 아폴론이야. 땅 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하지."

대대로 호숫가에 살아온 수선화가 일러주었습니다.

"아 태양의 신 아폴론! 그의 이름은 예전부터 들어 잘 알고 있었어요. 다만 눈이 부신 바람에 이제까지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지요." 클리티에는 수줍은 듯 말했습니다.

"보고 싶다면 아폴론이 먹구름 속을 뚫고 나올 때를 기다리렴. 그때면 눈이 덜 부셔 자세히 볼 수 있을 게다."

며칠 지나지 않아 클리티에는 수선화의 말대로 먹구름 속을 뚫고 나오는 아폴론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 태양의 신 아폴론!"

아폴론과 눈이 마주친 클리티에는 놀라 외쳤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듯 빛나는 눈동자와 너른 이마, 우뚝한 코, 꾹 다문 입매, 힘줄이 불거진 어깨며 팔뚝이 말로 다할 수 없이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보아 온 어떤 신보다도 마음이 끌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클리티에는 아폴론을 보자마자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이른 새벽부터 태양의 신 아폴론, 해님이 떠오르길 기다렸습니다.

사랑에 빠진 클리티에는 하루 종일 이제나 저제나 해님과 눈이 마주치길 기다렸습니다.

"해님 해님, 제발 저를 좀 바라봐 주세요"

마음을 다해 해님에게 외쳤지만 해님은 클리티에에게 곁눈도 주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차가운 눈빛으로 외면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기운이 빠진 클리티에는 무너지듯 호숫가에 주저앉고야 말았습니다.

"아니 클리티에 어쩌려고.... . 해님에게서 마음을 접으렴. 아폴론은 누구에게든 따로 사랑을 줄 수 없단다. 세상 만물을 고루 사랑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니?"

수선화가 달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클리티에는 몇날 며칠 해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굵은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아 금발의 긴 머리카락은 갈갈이 흩어지고 풀어졌습니다.

며칠 씩 구름이 끼어 흐린 날이나 비 내리는 날에는 바닥에 떨군 고개를 들 줄 몰랐습니다. 꽃들이 모두 잠이 든 한밤중에도 클리티에는 한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몇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입니다.

오랜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아 기운이 다한 클리티에는 앉은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클리티에의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보았지만 호수의 요정 클리티에는 이미 숨지고 난 뒤였습니다.

이듬해 봄, 클리티에가 쓰러졌던 그 자리에 풀 한포기가 돋아났습니다.

'클리티에가 꽃으로 다시 태어난 거야. 틀림없어.' 수선화가 혼잣말을 했습니다.

클리티에의 발목은 뿌리가 되었으며, 늘씬한 다리와 몸통은 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렵했던 양팔은 싱그럽고 푸르른 잎이 되었습니다.

클리티에의 길고 황금빛으로 빛나던 머리카락은 노란 꽃잎이 되었습니다.

"오오 땅 위의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을 아끼는 훌륭한 나의 사랑, 아폴론! 언제까지라도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호수의 요정 클리에티는 하루 종일 해님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 해바라기 꽃이 되었습니다.

클리티에가 흘렸던 눈물방울은 알이 굵은 씨앗으로 맺혔습니다.













꽃 밥
이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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